얼마 전 AI 뉴스레터를 읽다가 젊은이들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AI 관련 채용 공고를 하나 보았다. 글로벌 SaaS 회사의 공고였는데 'AI 에이전트 아키텍트'라는 직책이었다. 올해 처음 본 새로운 일이었다. 직무 설명을 읽어보니, 회사들이 AI를 잘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AI가 사람처럼 일하게 하려면 그 방식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을 따로 뽑기 시작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신입은 안 뽑는다'는 분위기에서 젊은이들이 도전할 만한 기회가 새로 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 AX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예전에는 DX, Digital Transformation이었다. 전통 산업이 디지털을 받아들이는 큰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은행이 모바일 앱을 만들고, 제조사가 공장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한 그 흐름이다. 그다음에는 같은 자리에 AI Transformation으로서의 AX가 들어왔다. 디지털화를 넘어 회사 전체를 AI를 전제로 다시 설계하는, 거시적인 전략 변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같은 두 글자가 Agentic eXperience를 가리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람이 AI에게 일을 부탁하고, AI가 다른 AI에게 일을 넘기고,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어 사람에게 돌아오기까지, 그 주고받는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중요한 맥락이 있다. AI 모델들의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어떤 모델을 쓰느냐가 결정적이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어떤 회사의 어느 모델이 더 똑똑한지가 화제였다. 이제는 주요 모델들의 수준 차이도 줄었고, 일관성 있는 결과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같은 모델을 두고도 어떻게 묻고 어떻게 일을 맡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린다. 도구가 평준화되면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도구를 다루는 방식이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일의 흐름을 어떻게 나눠 맡길지 설계하고,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정해두는 사람이 같은 도구로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앞에서 언급한 채용 공고는 풀스택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시스템을 설계하고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채용되어 할 일은 이런 일이다. AI가 어떤 정보를 가져와서 어떻게 추론하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그 흐름을 설계한다. 고객 문의가 들어왔을 때 회사의 어느 문서에서 답을 찾을지, 그 답이 맞는지 어떻게 검증할지, 자신 없을 때는 사람에게 어떻게 넘길지를 미리 정의한다. 검색 정확도와 자동 해결률을 책임진다. AI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만든다. 예를 들어 환불 처리를 자동으로 해주되 일정 금액 이상이면 사람의 확인을 받게 하는 식의 규칙을 설계한다. 에이전트가 외부 시스템들과 어떻게 연결될지도 정의한다. 결제 시스템, 고객 관리 시스템, 회사 내부 도구들과 어떤 순서로 주고받을지를 정한다. 작동 결과를 데이터로 관측하고 매주 조금씩 개선한다. 한마디로 AI가 일을 잘하게 만드는 사람을 회사가 따로 뽑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일은 더 좋은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AI의 협업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 변화가 채용 공고에서만 보이는 건 아니다. 내가 요즘 함께 일하고 있는 한 AI 스타트업에서도 비슷한 신호를 본다. 고객사로부터 AX 관련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회사 내부에 AI를 어떻게 들여올지, 고객 응대나 운영의 어느 지점에 에이전트를 붙일지, 그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같이 고민해달라는 요청이다. 글로벌 회사의 포지션뿐 아니라 매주 실제로 받는 고객사의 요구도 아주 비슷하다.

현실에서 고민해야 할 제약도 있다. AI를 한 번 쓸 때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AI는 토큰이라는 단위로 사용량이 계산되는데, 모델이 읽고 쓰는 글자 하나하나가 다 비용으로 쌓인다. 사람이 챗봇에 한 번 질문하는 것과 달리, 에이전트는 작은 일들을 여러 번 빠르게 처리하면서 훨씬 많은 토큰을 쓴다. 모델을 여러 번 호출하고, 검색 결과를 다시 모델에 넣고, 그걸 또 검증하고, 외부 시스템에서 받은 정보를 정리해서 답을 만든다. 이 모든 단계마다 비용이 쌓인다. 그래서 SaaS를 직접 만든다 해도 토큰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만만치 않다.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어떤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같은 모델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느냐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변화는 어떤 의미일까. 컴퓨터공학 전공자만의 영역도 아니고,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소수의 천재들만의 영역도 아니다. 비즈니스의 흐름을 이해하고, 사람과 AI가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하는지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AI를 도구로 충분히 써본 경험,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훈련, 그리고 좋은 결과란 무엇인가를 정의할 수 있는 판단력. 학교에서 배운 전공보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쌓을지가 앞으로의 커리어를 더 많이 가를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업과 일에 대한 경험이 많은 시니어들이다. 어떤 결과가 좋은 결과인지, 어떤 예외 상황이 위험한지,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AI를 잘 다루기 시작하면 효과가 크다. 그래서 도메인 경험이 얕은 젊은이가 이런 자리를 곧바로 잡기는 쉽지 않다.

다만 시니어들이 그 경험을 AI에 옮겨 담는 작업을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새로운 도구에 대한 학습 속도, 시스템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실험해보는 자세,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감각은 젊은 세대가 더 빠르다. 시니어가 현업의 판단을 제공하고, 주니어가 그 판단을 AI 시스템으로 옮겨 담는 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 경험이 많은 선배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답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주면, 주니어가 그걸 AI가 따라 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고 테스트한다. 그렇게 같이 일하면서 주니어는 도메인을 빠르게 익히고, 시니어는 자기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확장한다. 회사 입장에서도 시니어 한 명의 경험이 AI를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닿게 되니 가치가 커진다. 젊은이들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아서 자동화하긴 어렵지만, AI 기술을 익혀 업의 전문가들과 일하며 함께 혁신을 만들어내는 길은 활짝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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