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 "요즘 채용 시장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우리 애가 100군데 넣었는데 서류도 안 붙어요." 나는 답했다. "지금은 그게 정상입니다.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만은 아니에요."

최근 큰 변화는 코로나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끼리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전환이 급격히 일어났고 테크 인력 수요가 폭발했다.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비싸게라도 인재를 선점해야 했다. 성장 속도를 놓치면 시장에서 뒤처지니까. 그때는 구직자들이 여러 회사 제안을 받고 협상할 수 있었다. 완전히 구직자 우위의 시장이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기업 성장이 둔화되면서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최고경영자들은 주가로 평가받는다. 시간 걸리는 혁신보다 빠르게 성과가 나는 해고를 선택한다. 직원 수를 줄이면 재무제표가 좋아 보이고 주가를 방어할 수 있다. 그래야 최고경영자들도 자리를 지키고 막대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

여기에 인공지능 발전이 가세했다. 이전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기업들이 해고로 아낀 돈은 어디로 갔을까? 막대한 인공지능 투자로 쏟아진다. 혁신을 일으키거나 최소한 혁신적인 이미지라도 유지해야 주가를 지킬 수 있으니까.

사람을 관리하는 일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직원들이 아는 것도 많아지고 권리를 더 주장하면서 소송과 분쟁으로부터 서로를 지키기 위한 법과 규정도 복잡해졌다. 사람을 한 명 더 뽑는 순간 법적, 제도적, 인사적 리스크가 늘어난다. 사람 대신 기계를 도입하면 그런 위험이 거의 없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 이상의 수익도 나온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선택이 명확해 보인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도 한몫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돈으로 자산 가격은 빠르게 올랐지만, 정작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건 그만큼 어려워졌다. 기업들은 불확실성 앞에서 확실하게 돈이 나가는 채용을 미루게 된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양 극단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데 급여는 높다. 나이 어린 사람들은 경험이 없어서 기업이 몇 년간 투자해서 키워야 하는데, 신입들에게 알려주고 시키던 일들을 이제 인공지능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불만 없이 처리해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을 뽑을 이유가 줄어든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시니어만 남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급여를 준다고 해도 유료 인공지능보다 한 달에 10배는 더 많이 줘야 하니까.

지원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회사 홈페이지에 가서 이력서를 등록하거나 취업 플랫폼에서 지원했는데 시간과 노력이 꽤 들었다. 이제는 링크드인의 간편 지원 기능으로 10초 안에 지원할 수 있다. 지원자들이 쉽게 지원할 수 있게 만든 좋은 기능이었지만 최소한의 노력도 필요 없다 보니 맞지 않는 지원자들이 폭증했다. 수천 개 지원서 중에서 제대로 된 지원자를 찾기는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다. 결국 아는 사람 추천이 아니면 검토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직무 설명서에 완벽하게 맞춘 이력서를 만드는 건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해주니까. 하지만 그게 실제 업무 능력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학교가 중요한지 전공이 중요한지는 늘 뜨거운 주제였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입학 당시 전공을 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에서는 대학 입학할 때 전공을 정해야 하고 같은 대학교라도 학과 인기도에 따라 합격 점수가 크게 차이 난다. 그래서 원하는 전공이 인기학과라면 그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학교 브랜드를 낮춰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대학 입학할 때 컴퓨터공학과는 공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였다. 닷컴 버블이 터진 후 10년간 가장 인기 없는 학과로 전락했다. 그다음 클라우드와 디지털 붐으로 다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로 컴백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때문에 다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가장 인기 있던 과학기술 전공, 특히 컴퓨터공학에서 탄생한 인공지능이 과학기술 일자리를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하고 씁쓸한 일이다.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일을 우리보다 잘할 미래를 바라보는 지금, 많은 사람이 남은 일자리가 무엇일지 예측한다. 이미 대규모 공장에서는 로봇이 많이 도입되었지만 아직 로봇 도입이 투자 대비 수익이 안 맞는 작은 시장에서는 사람이 몸으로 하는 일이 당분간 대체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블루칼라 일자리로 많이들 선회한다고 한다. 다들 블루칼라 일로 몰리면 3-5년 안에 그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과학기술 전공 말고는 취업하기도 힘들어 희망이 안 보였던 문과, 그중에서도 인문학 분야가 인공지능 시대에는 오히려 대체되기 어렵고 아이디어와 사고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며 다시 인기를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어떤 시대가 올지 모르니 너무 미래를 맞추려 하지 말고 자기가 열정을 가진,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도 한다.

불과 2-3년 만에 기업과 직원 모두 변했다. 한 치 앞 미래를 내다볼 수 없기에 장기적 브랜드나 의리, 약속보다는 단기 실적과 보상을 쫓는다. 고용주도 직원도 서로에 대한 약속이나 배려보다 실리를 우선한다. 그래서 기회가 없어서도 그렇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도 그렇고, 젊은이들이 대기업 커리어 대신 소규모라도 자기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과 최고경영자들의 단기 성과 중심 사고방식은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다. 안타깝지만 사람보다 자산과 돈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안정성 같은 요소를 희생하며 성장만 쫓다가 세상에 악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도록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필요한 행동을 해야 한다.

직장 커리어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기회를 잡기 어려워지는 건 분명하다. 신입 지원자들이라면 단순히 직무 설명서에 맞춘 이력서를 제출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프로세스 자동화든 제품 개발이든 마케팅이든, 인공지능으로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지원 회사에 제안해보자. "제가 입사하면 이런 방식으로 이만큼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라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회사들도 방법을 바꿔야 한다. 간편 지원으로 들어온 수천 개 이력서를 인공지능으로 걸러내는 건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효과적이지 않다.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문제를 내고 그걸 푸는 과정을 5분 영상으로 찍어 제출하게 하거나, 프로젝트나 문제 해결 경험을 에세이로 쓰게 하고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 일하는 방식을 보고 검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는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고 전문성을 제공하거나 디지털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 것도 좋다. 자동화 전문가가 되거나, 빠른 코딩으로 신속하게 서비스를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 제공해도 되고, 창작자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콘텐츠로 만들고 팬들에게 제공해도 된다.

시장은 계속 변하고 있다. 5년 전과 지금 많은 것들이 리셋되었다고 느낄 정도로 바뀐 걸 보면 앞으로 3년만 지나도 새로운 방식이 나와 있을 것이다. 변화를 알아보고 그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적응력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라 한다. 불안하더라도 새로운 기회에 올라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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