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20대 초반의 청년이 코딩을 한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AI에게 말로 설명해서 앱을 만들었다. 바이브코딩이라고 한다. "이런 기능이 필요해, 버튼은 여기 놓고, 결제는 이렇게 되게 해줘." 그렇게 몇 시간 만에 프로토타입이 나왔고, 몇 주 만에 출시해서 월 수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직원? 없다. 혼자다. Solopreneur의 시대라고들 한다.
이런 이야기를 요즘 매일 접한다. 혼자서 SaaS를 만들고, 혼자서 뉴스레터로 수십억 비즈니스를 만들고, 혼자서 AI 에이전시를 운영한다는 사람들. 듣다 보면 마음이 급해진다. 나도 더 빨리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혼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프리랜서, 1인 크리에이터, 자영업자는 늘 있었다. 다만 이전에는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었다. 시장 조사를 하려면 리서처가 필요했고, 브랜딩을 하려면 디자이너가 필요했고, 마케팅 카피를 쓰려면 카피라이터가 필요했다. 고객 문의가 쌓이면 CS 담당자를 뽑아야 했다. 혼자 시작하더라도 조금만 커지면 금방 사람이 필요해졌다.
지금은 다르다. 내가 매일 쓰는 Claude에게 시장 조사를 시키고, 초안을 쓰게 하고, 코드를 짜게 하고, 마케팅 문구를 만들게 한다. ChatGPT에게 경쟁사 분석을 요청하고, Gemini에게 다른 관점의 의견을 구한다. 예전 같으면 각각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미팅을 잡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몇 주가 걸렸을 일들이다. Claude Opus 최신 버전은 놀랄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사람 한 명 월급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다. 그리고 새벽 2시에도 불만 없이 일한다.
그래서 1인 또는 소수 인원으로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규모의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 가지가 계속 걸렸다. "직원이 몇 명이에요?" 누군가의 사업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다. "매출이 얼마나 되나요?" "어느 동네 사세요?" 사람 수, 매출 규모, 사는 동네. 우리는 숫자로 상대를 가늠하려는 습관이 있다. 유튜버가 매니저와 편집자 두 명과 일하면 1인 크리에이터인가 아닌가? 외부 파트너 네 명과 프로젝트를 하는 프리랜서는 사업자인가? Creator와 Entrepreneur의 경계는 어디인가? 솔직히 이 구분이 정말 중요한가 싶었다.
아마존을 떠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나도 이 질문에 오래 붙잡혀 있었다. AI 에이전시를 만들어 사업을 키워가는 젊은이들의 유료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그들의 방식을 관찰했다.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고객을 찾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패턴을 살펴봤다. 흥미로운 점은, 겉으로 보기에 혼자 운영하는 것 같은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편집자, 디자이너, 기술 파트너 등 외부 협력자가 반드시 있었다는 것이다. "혼자서 다 했어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여럿 있었다. 완전히 혼자인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관찰한 것이 있다. 초기에 정말로 혼자서 잘하던 사람들도, 비즈니스가 커지면 결국 팀을 만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들어오는 기회를 혼자 다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고,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기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동시에 하려면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모자란다. 잘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던 운영 업무를 팀이나 시스템에 넘기고, 본인은 더 큰 기회를 찾고 비즈니스화하는 데 집중했다. 자신을 복제해서 운영 모드에 놓고, 자신은 성장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 복제 대상이 사람이든 AI Agent이든 상관없었다.
팀원이 필요한 진짜 이유는 뭘까. 단순히 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위임과 자유를 위해서,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다. 내가 모든 것을 직접 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창업자가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해결할 중요한 문제를 더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팀의 본질적 가치다.
돈 많은 대기업들도 다운사이징하고 희망퇴직을 돌리는 시대다. 직원 수만 명인 회사가 수천 명을 내보낸다. 비용을 줄여야 자영업이든 대기업이든 살아남는다. ROI를 따지는 시대다. 아끼는 게 미덕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그런 세상에서 2명이 일해서 몇십억을 번다면, 그게 20명짜리 회사보다 못한 걸까? AI Agent가 처리할 수 있는 일에 굳이 사람을 뽑아 배치할 경영자는 점점 줄어든다.
기술과 자본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누구나 AI 도구를 쓸 수 있고, 코드 한 줄도 안 쓰고도 잘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본이 많으면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AI 크레딧도 그렇다. 부담 없이 무제한으로 몇 계정씩 사용하는 사람과 매번 토큰 수를 신경 쓰며 아껴 쓰는 사람의 실행 속도와 실험 횟수는 다르다. 공평해진 것 같지만 완전히 공평하지는 않다.
달라진 건 이것이다. 손발을 움직이는 능력보다 머리를 쓰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것. 무엇을 만들지, 누구의 문제를 해결할지, 어떤 순서로 실행할지, 어디에 집중하고 어디를 버릴지. AI가 실행을 도와주는 시대에, 실행력보다 판단력이 차이를 만든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나는 매일 경험한다.
결국 현재 몇 명이 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가 성장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걸 사람이 하든 기계가 하든 상관없다. 무엇을 해결하는가, 누구에게 의미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혼자든 열 명이든 괜찮다. Solo라는 말이 외롭고 힘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숫자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건 사람 수가 아니라 만들어내는 가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