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AI에게 말을 건다. 사람에게 하듯이. 그런데 답변은 매번 다르다. 어떤 날은 "그럴듯한데 별로 도움 안 되네"이고, 어떤 날은 "와, 이건 진짜네"다.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봐도 인터뷰어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수준이 달라지듯, AI에게 하는 질문 (프롬프트)이 얼마나 구체적인지에 따라 AI의 답변 수준도 많이 달라진다.
내가 사람들의 커리어 고민을 듣고 조언해준 지도 20년이 넘었다.
지금도 친한 지인들을 만나면 늘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자녀들 이야기로 흘러간다. 나는 호기심에 그들의 커리어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몇 단계 더 묻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 자녀와 부모 모두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 무엇을 열심히 하고 있고 그 다음에 어떤 길로 가고 싶은데, A와 B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라는 경우도 있다. 더 많은 경우엔, 아이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고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 아이는 분명 자기 생각이 있어요. 다만 부모님께 말하지 않을 뿐이죠." 부모님들은 신기해하며 묻는다. "그래? 그게 뭘까?"
나는 그동안 함께 길을 찾았던 많은 아이들의 케이스를 들려준다. 부모님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녀를 내게 연결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우리 아이에게 이야기 좀 해주면 좋겠는데..” 하신다. 모두를 도와줄 순 없지만, 특별히 친한 분들에게는 제안한다. "제 이메일 주소를 드릴게요. 자녀분이 직접 연락해보라고 하세요." 단순히 "연락해보세요"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요청한다: "지금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어떤 고민인지, 본인은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까지."
연락이 올까? 궁금하다.
본인의 고민이 중요하다면 연락할 것이고 연락이 안 오면 그만큼 절실하지는 않은 상태이니 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 연락해온 친구들은 100%, 2-3일만에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메일에 적어 보내온다. 아버지/어머니께 소개를 받아 인사드린다면서. 메일 첫 줄 인사만 봐도 어떻게 자라온 사람인지 느낌이 딱 온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님이 잘 키우셨네라고 생각이 든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뭐가 고민인지,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구조를 잡아 쓴 글을 보내오는데, 대학생이거나 졸업한지 몇 년 안 된 20대들인데 놀랄 만큼 똑똑하다. 메일을 읽으며 상황을 파악하고 이렇게 해야겠네라고 첫번째 판단하는데는 정말로 1-2분이 걸리지 않는다. 20년 넘게 만난 케이스가 수백 건이니 그 경험이 쌓여서 그럴것이다.
본인은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썼을 텐데, 그래도 궁금한 부분들이 있다.
나는 이메일을 구글 문서로 옮긴다. 그리고 그 문서를 공유하며 내 질문에 답을 써달라고 한다.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왜, 어떤 계기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이다.
어떤 분야에 언제부터 관심이 생겼고, 왜 그런 것 같은지. 그 결정적인 계기가 어렸을 때인지, 중고등학교 때였는지, 대학교 때였는지는 상관없다. 반드시 자신의 방향에 영향을 준 사건과 계기가 있다.
가정에서의 상황,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받은 영향, 자기가 관찰한 사회 현상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 처음 계기를 명확히 찾아내고, 그 관심사와 가치관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추적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꼭 중간에 멈춰서 '이건 아닌 것 같은데?'하며 다시 고민하게 된다.
내 질문은 "왜 그렇게 생각해요?"처럼 단순하지 않다.
"어떤 계기로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건가요, 이런 일에 관심이 있는 건가요, 이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건가요?"
"가장 부러운 사람 5명을 떠올려보세요. 그들의 공통점이 뭔가요?"
대답하는 사람의 마음을 끄집어내기 위해 집요하게 여러 질문을 한다. 어떻게 답할지 어려워할 것 같은 질문에는, “이런 이유와 상황 때문에 A라는 생각을 하거나 B라는 생각이 들수 있다”는 예를 들어준다. 그러면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자기도 구체적으로 고민을 더 하게 되고 바로 답을 하지는 못해도 시간을 들여서 생각을 해 보고 “제가 생각을 이렇게까지 해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나는 이런 걸 원하는구나 라고 알게 되었어요”라면서 답변을 보내온다.
이 상황이 대학생, 취준생, 젊은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는걸까?
아니다.
얼마 전까지 나도 다시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여러 방향의 고민을 혼자 하면서 글로벌 고수들의 비즈니스 시스템 프롬프트도 구매해서 진단과 조언을 요청했었을때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내가 하려는 일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건지, 누가 내 제품과 서비스의 주요 고객인지, 가장 먼저 어떤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건지, 어떻게 실행할 건지. 이런 질문과 결정사항을 몰랐던게 아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무엇을 어떤 형태로 먼저 시작할 건지, 왜 그런지, 현실과 내 이상 사이의 갭을 느끼며 AI가 쏟아내는 비즈니스 진단 질문에 답을 생각하는게 쉽지 않았다.
내가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방향성을 정한 부분은 답변을 먼저 한다. 너무 많이 묻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수십가지 질문을 한 후 AI는 내 방향성을 정리해준다. 다 내가 한 이야기 그대로 정리만 한거 아닌가 싶다가도,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기도 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니 방향이 선명해졌다.
좋은 질문은 답을 만든다. AI에게든, 사람에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