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4050 전문가의 경험을 AI로 자산화할 수 있을지, 그러니까 경험을 AI에 담아 다시 쓸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들 수 있을지 썼다. 직접 해 보니 AI에 넣을 자료가 부족했고, 혼자 테스트하다 금방 지겨워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 자료로 먼저 제대로 해 보겠다고 했다. 2주 가까이 그 실험을 해 왔다.

이 실험을 하는 이유는 이 뉴스레터 첫 호에 적은 것과 같다. 그때 돕고 싶은 사람으로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지만 세상에 기여할 것이 많은 전문가들"을 적었다. 내가 오래 고민해 온 문제를 가까운 사람들도 똑같이 겪고 있었다. 4050은 전문성도 있고 일도 잘한다. 그런데 더 젊은 세대가 올라오니 자리를 비켜 줘야 하고, 나이 때문에 새로운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다. 큰 회사에서 기회가 닫혀도 그다음 10년, 20년을 더 일할 수 있고, 더 기여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에 맞춰 자기 일을 찾고 만들어 가는 방법을 찾아서 나누고 싶었다. 그 첫걸음은 그동안 쌓은 경험을 꺼내 쓸 수 있게 정리하는 일이라고 봤다. 그래서 내 것부터 해 보기로 했다.

나는 커리어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며 사람들을 돕고 있다. 다만 한 사람이 도울 수 있는 사람 수는 적다.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서 나를 닮은 AI를 만들기로 했다. 실제 나보다는 못하더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느껴 볼 수 있는 AI다. 이걸 공개해서 여러 사람이 먼저 AI와 상담해 보게 하고 싶다. 그러다 "이 사람을 직접 만나서 더 깊이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일을 해 왔고,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보여 주는 기록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금융회사에서 혁신을 맡던 시절에 쓴 칼럼 74편과 최근에 낸 책 한 권으로 시작했다. 넣다 보니 "그때 그것도 만들었었지" 하면서 하나씩 생각이 났다. 그렇게 넣은 것이 이만큼이다.

  • 옛 메일 6만 4천여 건 가운데 AI가 골라낸, 내가 쓴 일 관련 메일 2천여 건

  • Gmail로 따로 보낸 메일 8백여 건

  • 메모와 노트 630여 개

  • 책 네 권: 올해 낸 『연봉 2배 AI 업무술』, 2009년과 2012년에 낸 커리어 책 두 권, 준비 중인 다음 책 원고

  • 뉴스레터 38편, 블로그 글 169편

  • 이력서와 경력 자료, AI와 나눈 대화

  • 7개월 동안 21번 한 정기 회의에서 내가 한 말을 받아 적은 기록

1996년부터 30년 동안 쓴 것들이다. 남이 보낸 메일과 남이 쓴 글은 다 뺐다. 내 생각과 기준, 내 말투가 담기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만큼을 사람이 읽고 정리하려면 엄청 고생스럽다. AI는 며칠에 걸쳐 전부 읽고, 내가 무엇을 보고 판단해 왔는지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나눠 정리했다. 그러면서 같은 주제에 대해 시기마다 내 생각이 다른 곳을 찾아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받은 질문이 340개가 넘는다.

예를 들면 2012년 9월에 쓴 칼럼에는 "견딜 수 있는 동안은 혹독하게 키운다"고 썼다. 그런데 2주 뒤 칼럼에는 "욕심부리고 괴롭힌다고 혁신적인 게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썼다. 지금은 어느 쪽이냐는 질문에 나는 "괴롭힌다고 혁신이 나오지 않더라"고 답했다. 석 달 전 이 뉴스레터 33호에는 "책임질 수 없는 존재의 답은 참고는 되어도 결정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썼다. 그런데 최근에는 AI에게 결정을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AI가 둘이 어떻게 맞느냐고 묻기에, 나는 “AI가 결정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봐. 신뢰가 쌓인 만큼”이라고 답했다. 14년 전 생각도, 석 달 전 생각도 그사이 바뀌어 있었다. 물론 10년 전 생각이 지금도 그대로 의미 있는 주제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주제도 있었다.

30년 동안 내 생각이 어디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내 기억만으로는 찾을 수 없었다. 자료 전체를 읽은 AI가 물어봐 준 덕분에 하나씩 확인할 수 있었다.

정리한 내용이 얼마나 맞는지도 확인했다. 요즘 실제로 고민하는 문제 세 개를 골라 내가 먼저 답을 적었다. 그다음 AI에게 정리된 자료만 보고 답하게 했다. "지금 내가 대답해도 똑같겠는데" 싶을 만큼 맞았다. 내 자료로 답했으니 당연한 면도 있다. 내가 새로 떠오른 생각을 말했더니, AI가 "예전에 이런 이유로 이렇게 하기로 정하지 않았느냐"며 내가 쓴 글을 근거로 되묻기도 했다. 나도 잊고 있던 결정이었다.

다만 한 문제는 달랐다. AI는 예전 생각대로 답했는데, 내 생각은 그사이 바뀌어 있었다. 한 달 뒤에 내 생각이 또 바뀔 수도 있다. 나를 닮은 AI도 그 변화를 따라와야 한다. 지금은 Notion에 적은 생각을 매일 아침 AI가 반영하도록 해 두었다. 앞으로는 메시지, 메일, 통화 기록처럼 일하면서 남는 것들이 따로 애쓰지 않아도 모이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렇게 정리한 전문성을 어떻게 돈이 되게 할지도 다음 고민이다.

이건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4050이 회사를 나와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 개인이 AI를 쓰는 일이 곧 작은 회사가 AI를 쓰는 일이 된다. 사업이 커질수록 챙길 것도 많아진다. 하지만 혼자서 AI를 다 배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AI를 빨리 익힌 젊은 세대와 짝을 이뤄 함께 일하는 방식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취업이 어렵고, 4050에게는 그들을 도울 책임도 있다.

이 과정도 예전의 나였다면 다 끝낸 뒤에 정리된 것만 보여 주려 했을 것이다. 이 정도 경력이면 사람들이 이만큼의 수준을 기대할 텐데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가면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내가 잘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마음이다. 이런 걱정이 덜한 사람이 부족한 채로 먼저 시도해서 잘되는 경우도 여러 번 봤다. 그 사람들이 겸손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자기 의심이 너무 커지면, 해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시작도 하기 전에 놓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면서 틈틈이 공유하려 한다. 같은 길을 갈 4050 선후배들에게 내 과정이 참고가 되면 좋겠다.

오늘 써볼 것

그동안 내가 만든 자료 가운데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한곳에 모은다. 보고서, 제안서, 발표 자료, 보낸 메일, 칼럼이나 블로그 글, 메모처럼 내 생각과 판단이 담긴 것이면 된다. 모은 자료를 AI에 넣고 정리해 달라고 한다. 이때 어떤 기준으로 정리할지는 내가 먼저 정해서 알려 주거나, 내 목적에 맞는 기준을 AI에게 먼저 추천해 달라고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무엇을 보고 판단해 왔는지, 실제로 있었던 일, 같은 주제에서 예전과 지금 생각이 달라진 곳 같은 기준이다. 정리된 내용에서 맞는 것과 틀린 것을 표시하고 AI의 질문에 답해 두면, 내 경험을 다시 꺼내 쓸 수 있게 만드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