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있는 결정과 되돌릴 수 없는 결정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비슷한 조언을 여러 번 들었다. 일단 해보세요.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마세요. 해봐야 알아요. 머리로만 굴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시작도 못 한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오래 끌고 있는 일이 있고, 반대로 너무 빨리 시작해서 후회하는 일도 있다.

커리어 방향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머릿속으로만 그리지 말고 작게라도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자기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직접 느껴봐야 한다고. 글을 써보고, 사람을 만나보고, 작은 프로젝트를 해보는 일은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일단 해보라는 조언이 모든 결정에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걸 최근에 다시 느꼈다.

일단 해보라는 말의 출처를 다시 본다

이 조언의 근원 중 하나는 아마존의 two-way door 개념이다. 대부분의 결정은 잘못되어도 돌아가서 다시 결정하면 된다. 그러니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배우라는 것. 실제로 이 사고방식이 큰 조직을 빠르게 움직이게 한 면이 있다. 너무 신중하게 결정하느라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일단 해보고 조정하는 편이 낫다는 경험적 진리가 들어 있다.

나도 이 논리에 동의한다. 빠르게 시도해서 얻는 정보가 길게 고민해서 얻는 정보보다 훨씬 정확할 때가 많다.

그런데 모든 문이 two-way door는 아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결정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회사를 시작할 때 법인 형태와 설립 지역을 정하는 일이 그렇다. 한국에서는 수도권 안에 둘지 밖에 둘지에 따라 세금 감면 혜택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단순히 세금 혜택만 보고 수도권 밖에 설립하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강남, 을지로/종로, 판교에서 시작할 때와 교통 요지에서 먼 지역에서 시작할 때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르다. 출퇴근이 부담스러우면 좋은 사람이 와주지 않는다. 사무실 위치 하나가 향후 몇 년의 채용 풀을 결정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주식회사로 할지 유한회사로 할지에 따라 세금, 책임 구조, 투자 유치 가능성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본사가 어디에 있든 Delaware C-Corp으로 설립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법이 정비되어 있고, 투자자들이 익숙한 구조이며, 향후 자금 조달과 인수합병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다른 주, 다른 형태로 설립했다가 나중에 바꾸려면 시간과 비용이 들고, 어떤 경우에는 사실상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조직 차원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술 인재를 방치하고 숫자만 보는 경영진을 들였다가 무너진 회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한 번 핵심 인재들이 떠나기 시작하면 그 신뢰는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 아마존조차도 two-way door를 강조하지만, 사람과 신뢰가 걸린 결정에서는 사실상 one-way door인 경우가 많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쌓는 데 시간이 몇 배로 든다. 영원히 못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일단 해보세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할 일은 한 번 더 조심해서 본다

돌아보면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와 논의해야 할 것 같은 사안들은 one-way decision인지 한 번 더 조심해서 봐야 한다. 법적 효력이 발생하고, 기관에 등록되거나 신고되고, 한 번 정해진 구조 위에서 다음 결정들이 쌓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중에 바꾸려면 다시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바꾸기 어렵다.

브랜드 이름도 그렇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여러 후보를 검토해서 이름을 정했는데, 상표권 문제로 결국 바꿔야 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처음부터 변리사와 상의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일이다. 이미 사업을 시작한 뒤에 바꾸면 만든 자료, 도메인, 그동안 쌓아온 인지도가 다 흔들린다. 그래서 "이거 전문가한테 물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한 번이라도 든다면, 그 결정은 이미 신중하게 다뤄야 할 신호다.

가장 어려운 건 어느 쪽인지 모르는 상태다

그러면 어떻게 구분할까. 여기서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어떤 결정이 two-way door인지 one-way door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 자체가 어렵다.

내가 후회하는 일들의 공통점을 돌아보면, 대부분 "이게 그렇게 중요한 결정인 줄 몰랐던" 경우다. 그 결정을 할 때는 다른 결정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된다. 처음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뭘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 이게 의사결정에서 가장 위험한 자리다.

그래서 결정 전에 시간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

완벽한 구분은 불가능하지만 줄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일부러 멈추는 시간을 둔다.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내가 놓치고 있을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를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것이다. AI에게 묻는다. 이 결정에서 사람들이 흔히 후회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지금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은 변수가 있는지. 한 번에 다 나오지는 않는다. 같은 질문을 다른 각도로 여러 번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분야를 먼저 겪어본 사람에게 묻는다. 같은 결정을 해본 사람과의 10분간의 대화가 혼자 한 달 고민보다 나을 때가 많다. 책이나 글만으로는 안 보이는 미묘한 변수들이 그 대화에서 나온다.

이 두 가지를 거치면 적어도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의 윤곽은 잡힌다. 그것만으로도 위험이 많이 줄어든다.

구분하는 일 자체가 의사결정의 첫 단계다

결국 빨리 할지 신중하게 할지를 정하기 전에, 이 결정의 성격을 먼저 보는 것이 첫 단계다. 되돌릴 수 있다면 빨리 해본다. 되돌리기 어렵다면 시간을 들인다.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면, 모른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고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여전히 나는 자주 틀린다. 어떤 일은 빨리 했어야 했는데 너무 오래 고민했고, 어떤 일은 충분히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냥 시작했다. 그래도 매번 같은 자리에서 멈추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번 결정은 어느 쪽인가. 이 질문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다음번에는 조금 덜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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