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도 한 학부모가 물어왔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다 없어진다는데, 우리 애가 어떤 전공으로, 어떤 진로를 준비해야 할까요." 비슷한 질문을 요즘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몇 년에 한 번씩 형태만 바꿔 돌아왔다. "디지털 때문에", "자동화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이번에는 AI다.
질문의 표면은 시대마다 바뀌었지만, 진짜 묻고 있는 것은 늘 같았다.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20년 전에 만났던 사람도, 요즘 만나는 20대도, 단어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것을 묻는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이 질문은 일자리가 늘어나든 줄어들든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한, 이 질문은 형태만 바뀌며 계속된다.
회사를 다니는 후배들도 같은 질문을 한다. 표현은 다르다. "저희 부서 자리가 AI 때문에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5년 후엔 저는 뭘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사라질 일인데." 회사 안에서도 같은 불안이 다른 단어로 나온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주제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다고 느낀다.
이전에는 답이 비교적 분명했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어떤 환경이 자기에게 맞는지를 함께 찾아가면, 그 다음에는 "그 분야에서 남다른 노력을 들여 남다른 결과를 만들어 가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우리는 사람이 직접 일을 하면서, 그 안에서 노력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결과를 쌓으며 전문성과 경력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이제 그 일의 상당 부분을 AI가 한다.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면, 그 자리를 거치며 쌓이던 판단력과 안목도 같이 사라진다.
우리가 AI에게 지시하고 결과만 확인한다면,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시각은 어떻게 생기는가.
빅테크는 사람이 필요 없는 미래를 그린다. 다만 내가 만나는 비즈니스 현실은 아직 AI를 10-20%밖에 못 쓰고 있다. 정말 2-3년 안에 빅테크가 그리는 미래가 올지는 의문이다. 내 생각엔 그 두세 배의 시간은 걸릴 것이다. 모든 조직과 산업에 강제로 시행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시차 안에서 누군가는 자기 커리어를 결정해야 한다.
일이 많이 없어질 거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커리어 고민을 무의미하게 만드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일자리가 풍부했던 시대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의 질문이 컸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내가 직접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의 질문이 더 커진다. 회사가 정해주던 답이 사라지면, 자기가 직접 답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안정적인 커리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사실 그런 안전성을 믿지 않았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 다들 불안해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안정적인 커리어 같은 것이 예전만큼은 없다는 걸 모두가 인정하기 시작했다. 묻지 않아도 알고 있다.
답을 찾는 방식도 달라졌다. "어떤 분야가 유망할까요"는 여전히 같이 고민한다. 다만 몇 년 후를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이 질문만으로 끝내지 않는다. 먼저 묻는다. "미래가 변할 거라는 전제 위에서, 너는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큰 흐름은 본다. 확실히 아닌 방향은 피한다. 그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버리지 않게 한다.
나도 그렇게 일하고 있다. 매달 새로운 AI가 나오고 해야 할 일의 모양이 바뀌면서, 그 전 달까지 맞다고 생각했던 것을 과감히 버리고 방향을 바꿔가며 움직인다. 안정적인 길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처음부터 하지 않으니, 바뀌어도 덜 불안하다.
커리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커리어 고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본질적인, 큰 고민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