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교육을 보면, 아직도 대부분 도구 교육이 많다. ChatGPT로 이메일 쓰는 법, AI로 이미지 만드는 법, 프롬프트 잘 쓰는 법. 회사 내부 교육도, 외부 강의도 비슷한 것 같다. "AI로 이런 것도 할 수 있습니다"를 보여주고, 몇 가지 실습을 하고 끝낸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업무에 AI를 쓰고 있다. 이메일 초안, 보고서 요약, 번역, 코드 작성. 일상 업무에서 AI는 이미 꽤 자연스러운 도구가 됐다. 그런데 도구로 쓰는 것을 넘어서, AI로 업무를 혁신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화 방법론을 다루는 영상도 넘쳐나지만, 방법을 배운다 해도 정작 어디에 적용해서 우리 일을 바꿔볼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Prompt Engineering을 넘어 Context Engineering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Prompt Engineering은 AI에게 잘 물어보는 기술이다. 질문을 잘 써서 좋은 답을 얻는 것. Context Engineering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떤 맥락, 지식, 프로세스를 넣어줘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것이다. 프롬프트 하나를 잘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AI가 내 상황과 업무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글로벌 AI 강자들이 매주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쏟아내고 있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잘 알고 오래 해온 일을 AI로 바꿔보면 어떨까? 이번 주에 커리어 컨설팅 업무를 AI로 자동화해보기로 했다.
나는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대학생과 직장인 대상으로 커리어 컨설팅을 20년 넘게 해왔다. 그동안 수백 명과 이야기하면서 패턴이 보였고, 그 패턴을 정리해서 책도 썼다. 4년 동안 쓴 500페이지짜리 책은 3만 부 넘게 팔렸고, 커리어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몇 달간 올랐었다. 2009년에 출간한 후 17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인세가 들어온다. 최근에도 대학생과 직장인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게 있었다. 나 한 명이 할 수 있는 상담 수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 한 고객에게 4~8회 세션을 하면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고,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고객 수도 제한적이다. 내 방법론을 다른 코치에게 전수하려 해도, 철학과 질문법만 알아서 될 일이 아니라 다양한 업무에 대해서도 알아야 해서 쉽지 않았다.
내가 오랫동안 해온 고민은,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이제 똑똑한 AI가 옆에 있으니, 내 노하우를 AI에게 가르쳐서 나 대신 코칭을 하게 만들면 훨씬 낮은 비용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단순히 "이력서 고쳐줘"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상담하는 방식 — 자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들고, 같이 답을 찾아가는 — 그 과정을 AI가 진행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프로세스를 구조화하는 것이었다. 정리해보니 5단계였다.
1단계: Soul Searching — 자기이해. 가치관과 강점을 발견하는 과정. 2단계: 지원 전략 — 어떤 산업에서, 어떤 직무를 할 것인지 방향 정하기. 3단계: 리서치 — 실제 채용공고를 찾고 분석하기. 4단계: 지원서 작성 — 이력서, 자기소개서, 영문 Resume, Cover Letter. 5단계: 면접 준비 — 예상 질문 만들기, 모의면접.
대부분의 취업 준비 도구는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준비, 즉 4단계나 5단계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내 경험에서 얻은 확신은, 방향이 없는 상태에서 이력서를 아무리 잘 써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왜 이 회사에 지원하는가"에 대한 본인의 답이 없으면 자소서도 면접도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운 좋게 그 일을 하게 되더라도 몇 년 안에 다시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변하더라도 괜찮으니, 일단 현재 상태에서의 Soul Searching이 1단계여야 하고 맞는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5단계는 순서대로 연결된다. 1단계에서 발견한 가치관과 강점이 2단계에서 일하고 싶은 업종과 직무를 고르는 기준이 되고, 그게 3단계의 검색 조건이 되고, 이때 분석한 JD(직무기술서)가 4단계 지원서의 재료가 되고, 그걸 정리한 것이 5단계 면접 답변의 뼈대가 된다. 앞 단계를 건너뛰면 그다음 단계가 제대로 안 된다.
구조가 잡혔으니, 다음은 AI가 고객과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했던 건, 내 컨설팅의 차별화된 본질을 AI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내 방법론의 핵심은 내가 '좋은' 답을 정해주지 않고, 당사자와 치열하게 대화하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게 만드는 것이다. 고객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해도 바로 알려주지 않는다. 비슷한 사례를 들려주고 "이런 상황에서 본인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물으며 생각하게 한다. 답이 바로 안 나오면 또 다른 예를 들어 조금씩 비슷한 상황에서 간단한 답이라도 내게 한다.
상황마다 다르고, 무엇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겉으로 볼 때 다 같이 성공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도 그 성공의 이미지와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멍해지는 것을 10년 넘게 본 후, 이제는 '누가 부러운지, 왜 부러운지'를 묻는다. 부러운 사람 여러 명의 '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분명 있다.
이런 방법론을 AI 프롬프트에 규칙으로 넣었다. AI가 여러 질문을 동시에 하면 대화의 깊이가 얕아지기 때문에, Step 1의 Soul Searching 프롬프트에는 "한 번에 하나의 질문만 하라"는 규칙을 넣었다. 막연한 표현이 나오면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 물어보라고도 했다. 내 책의 내용도 넣었다. 코칭 기법, 질문법, 심지어 내가 자주 하는 실수 목록과 그 대응법까지. AI가 나처럼 생각하고 질문하려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질문하는지를 최대한 상세하게 넣어야 했다.
5단계 전체에 걸쳐 총 11개의 AI 프롬프트를 만들었다. Step 1에 코칭 대화 1개, Step 2에 탐색+추천 1개, Step 3에 검색전략과 JD분석 2개, Step 4에 이력서/자소서/Resume/Cover Letter 4개, Step 5에 예상질문과 모의면접 3개. 내가 한 문단으로 요청하면 AI가 10페이지를 만들어주니, 하나하나 완벽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대강 읽어보고 방향이 괜찮으면 계속 진행시켰다.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제시해주는 경우도 있었고, 영 이상한 방향으로 가려 해서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버전을 완성한 후, 인턴 준비 대학생과 이직 준비 직장인 버전도 이어서 만들었다.
인턴을 준비하는 1~3학년 대학생은 취업준비생과 상황이 다르다. 경험이 더 적고, 당장 취업보다는 맞는 커리어를 찾아가는 데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은 더 다르다. Soul Searching 자체가 다르다. 취준생은 "나는 뭘 좋아하지?"부터 시작하지만, 이직자는 "지금 커리어를 왜 바꾸려 하는지"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 환경 문제인지, 직무 자체의 문제인지, 사람 문제인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불만에서 벗어나려는 이직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직은 결과가 다르다.
이직자 버전에는 내용을 50~60% 새로 써야 했다. ATS(지원자 추적 시스템) 대응, 헤드헌터 활용법, 비공개 채용 접근법, 경력기술서 작성, 연봉 협상 전략까지 들어갔다. 면접도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을 분리해서 각각 다른 프롬프트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취업준비생 11개, 인턴 대학생 11개, 이직 직장인 13개. 총 35개의 AI 프롬프트를 만들었다.
내 생각대로 되는지 테스트를 시작했다. 프롬프트를 만드는 것과 그게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건 다른 문제다. Claude와 ChatGPT 양쪽에서 AI에게 코치 역할을 시키고, 가상의 고객 상황을 넣어서 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Step 1(Soul Searching) 테스트에서 AI가 "부러운 사람이 있나요?"로 대화를 시작하고, 답변이 나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러운 건가요?"로 파고들었다. 표면적인 대답에서 멈추지 않고 꼬리질문을 던지는 것까지 됐다.
'오, 나처럼 물어보네. 괜찮은데?' 싶었다가, 한편으로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보면서 할 때는 힘들어하면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AI는 취조 모드로 계속 물어보니 받는 쪽에서는 짜증나겠다 싶기도 했다.
첫 번째 테스트에서 AI가 답변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도 보였다. "마케팅이 재미있어요"라고 하면 AI는 "좋네요, 마케팅의 어떤 부분이요?"로 넘어간다. 실제 상담에서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간다. "어떤 면이 재미있어요? 혹시 그 일을 할 때 동료나 상황이 좋았던 건 아니에요? 재미있기만 한 건 아니었을 텐데, 그때도 이겨낼 정도로 좋았던 게 뭐였어요?" 이런 식으로 묻는다.
답변의 전제를 한 꺼풀 더 파고들도록 규칙을 추가했다. 다시 테스트했더니 AI의 질문과 응대가 한 단계 좋아졌다. 이런 식으로 테스트 → 문제 발견 → 규칙 추가 → 재테스트를 반복했다. 빨리 실제로 커리어 컨설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써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실험을 하면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AI는 구조화된 프레임워크를 돌리는 데 뛰어나다. 5단계 프로세스를 따라가면서 질문하고, 답변을 분석하고, 다음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 이건 AI가 사람보다 빠르고,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다.
둘째, 여전히 사람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감정의 미세한 결을 읽는 것, 말하지 않은 것을 표정이나 어조에서 포착하는 것,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라 그냥 들어주는 것이다"를 판단하는 것. 이 사람의 영역을 AI에게 얼마나 맡길 수 있는지가, 컨설팅을 얼마나 넓게 퍼뜨릴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학습할 때도 기본 지식은 온라인에서 자료를 읽고 공부해와서, 교실에서는 토론하며 문제 해결을 논의하듯이, 기본 방향과 전략은 AI와 하고, 추가적인 서비스가 필요할 때 사람의 판단과 공감이 더해지는 구조를 만들면, 속도와 품질과 비용 문제를 어느 정도는 다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 이런 식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시스템화하는 시도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걸 잘 하려면 AI 기술뿐 아니라, 자동화할 대상인 업무의 본질을 잘 알아야 한다고 느꼈다. 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AI와 대화하며 정리하다 보니 엉성한 부분이 꽤 있었다.
도구 교육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때다. 내 일의 구조를 먼저 정리하고, 거기에 AI를 적용하는 것. 내가 고민을 충분히 하고 AI에게 요청하면, 감동할 만한 수준의 결과를 보게 되기도 한다.
나는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지? '쉽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고민을 멈췄던 그 문제를 다시 꺼내서, 어디까지 고민했고 어디를 어떻게 접근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를 AI와 대화하며 찾아보면, 익숙한 삶에서 조금 벗어나 내 안의 창의적인 면을 발견하고 놀라게 되지 않을까. 내가 10년, 20년 쌓아온 전문성이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 그 안에서 구조화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 그리고 여전히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