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기업 행사에서 강연을 했다. 원래 오후 4시 반에 시작하기로 했는데 한 시간 늦게, 5시 반쯤 시작했다. 휴대폰을 보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를 계속 보는 것도 아니고 안 보는 것도 아니고, 보다가 안 보다가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집중이 오래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강연을 마치고 이유를 생각해봤다. 한 시간 늦게 시작해서 저녁 시간에 가까워지니 배가 고파서 집중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내 강연이 재미없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AI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듣는 사람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신기하고 대단하다고는 생각해도, 자기 일과 바로 연결되지 않으면 오래 붙잡고 들을 이유가 없다. 어느 쪽이 진짜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반응 자체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비슷한 느낌을 다른 데서도 받는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강의도 그렇다. 다들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딸이 그러는데,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다들 짧은 이미지나 영상으로 본다고 한다. 내가 만든 책도 같은 걸 겪고 있다. 사람들은 책을 사지도 않는다. 궁금한 게 있으면 AI에게 바로 묻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하나 있다. 내 책에 좋은 평을 남겨주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책을 읽으며 자란 세대이고 회사에서 일을 오래 해본 사십 대, 오십 대다. 젊을 때부터 책으로 정보를 얻고 생각을 정리해온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여전히 통한다. 반면 짧은 영상과 AI로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다가가기가 더 어렵다.
출판사도 이미 내 문장을 더 쉽고 짧게 고쳤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계속 가면 결국 책 대신 인스타그램 카드나 쇼츠 같은 짧은 형식으로만 전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사용자와 고객이 원하는 방식에 맞추는 게 맞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다 맞추다 보면 원래 하려던 이야기가 얼마나 남을지 걱정이 된다.
이걸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지의 문제로만 보고 넘어가려다가, 이게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 컨설팅에서 만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유독 두드러지게 보이긴 하지만, 나도 예전만큼 긴 글을 진득하게 읽지 못한다. 1년에 백 권 넘게 책을 읽던 나조차, 두꺼운 원서를 만나면 PDF를 구해서 NotebookLM에 넣고 핵심 아이디어만 슬라이드로 정리해 달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그 책을 소개해주는 영상이 있는지 유튜브에서 찾아보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들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게 맞다면 이건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지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을 맡기는 방식, 가르치는 방식, 정보를 정리해서 전달하는 방식도 같이 다시 봐야 한다. 길게 설명해두고 알아서 소화하길 기다리는 방식은 점점 안 통할 것 같다. 신입에게 경력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요즘 많이 하는데, 몇 년 후에는 경력이 있어도 긴 글을 읽고 판단하는 힘을 전제로 일을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중력이 약해지는 게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조건이라면, 우리가 할 일은 그 세대를 탓하는 게 아니라 일하고 가르치고 전달하는 방식을 그 조건에 맞게 바꾸는 일이다.
물론 이게 확실한 진단은 아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느낀 인상일 뿐이고, 강연장의 그 반응처럼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AI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채워줄 수도 있다. 다만 이 생각을 나 혼자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여러 기업 리더들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나도 당장 할 수 있는 건 크지 않다. 다만 형식을 어떻게 바꾸고 길이를 어떻게 잡아야, 집중력이 흩어지기 전에 중요한 내용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는 계속 생각하고 있다. 조회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도움이 되는 메시지라면 그게 제대로 전달되게 만드는 게 아깝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제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 계정으로도 등록했다. 계속 글로만, 내 방식대로만 만들다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방법을 바꿔서 시장에서 직접 테스트해보려 한다.
오늘 써볼 것
우리가 만들거나 제공하는 것을, 상대가 오래 붙잡고 보지 못한다고 가정한다. 집중력도 짧고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도 예전만 못하다고 가정한다. 그 가정 아래에서 지금 일하는 방식 중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하나만 적어본다. 그리고 지금 만드는 형식과 길이로, 그 사람이 정말 끝까지 봐줄지 다시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