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을 준비하면서 어떤 기술을 배울지, 어떤 도구를 쓸지 꽤 고민했다.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써보고 적용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밑에 더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이 따로 있었다. 무슨 문제를 풀 것인가, 어떤 주제를 파고들 것인가. 도구는 이걸 정한 다음의 문제였다.

나는 관심 분야가 적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커리어와 퍼스널 브랜딩, 제품 만들기, 콘텐츠로 설득하고 파는 일, 자동화로 사업을 키우는 일, 업종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일. 그중 몇 가지는 꽤 할 수 있고 지금도 여러 개를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못하는 걸 버리는 건 쉽다. 다 어느 정도 되는 것 중에서 무게를 둘 하나를 정하는 게 어렵다. 뉴스레터 주제를 정할 때도 같은 벽에 부딪혔다. 넓게 갈지 좁힐지. 결국 자기 일의 방향을 정하는 것과 뉴스레터 니치를 정하는 건 같은 고민이었다.

나는 두 가지를 물었다. 하나는 내가 남보다 잘하는가. 재능과 관심이 동시에 있는가. 다른 하나는 기회가 큰가, 앞으로 더 커지는가. 문제는 이 둘이 한 곳에서 만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잘하는 곳과 가장 기회가 큰 곳이 다르면 어디로 가야 하나.

그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된 건 내가 20년 동안 남들에게 던져온 질문들이었다. 커리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늘 비슷한 걸 묻는다. 언제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겼는지, 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일에 끌리는 건지 환경에 끌리는 건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끌리는 건지. 가장 부러운 사람 다섯을 떠올리면 그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이 질문을 나에게도 돌렸다. 흥미롭게도 AI에 대해서는 답이 다 나왔다. 언제 끌렸는지, 왜인지, 누가 부러운지 다 말할 수 있었다. 끌림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막힌 건 다른 데였다. 그 분야에서 내가 남에게 깊이 있게 줄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 앞에서였다. AI라고 다 같지 않다. 문제를 정의하고 사람에게 적용하는 쪽은 내가 이미 잘하는 영역이지만, 기술을 직접 구현하는 쪽은 아직 모르는 영역도 많다. 핫한 영역이고 돈이 될 것 같지만, 기댈 수 있는 축과 더 배워야 하는 축이 섞여 있었다. 반면 커리어와 일의 가치는, 끌림을 넘어 누가 물으면 해줄 말이 줄줄 나오는 자리였다.

내가 그 일에서 끌리는 건 한 장면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미래를 불안해한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하고, 가족과의 대화도 어려워한다. 나는 그런 친구를 만나면 내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찾는 방법을 안내할 뿐, 답은 본인이 찾는다. 문제 속으로 같이 들어가 하나씩 풀다 보면 아이는 그 과정에서 문제 푸는 법을 배운다. 자신감을 되찾고, 전과 다른 수준으로 생각하고, 시야가 넓어진다. 그 변화를 옆에서 보는 일이 나에게는 의미가 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도 매번 배운다. 그 배움이 흩어지지 않고 방법론으로 쌓인다.

정작 나는 조급했다. 새 일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은 급했다. 매일 쏟아지는 AI 사업가들의 소식을 보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마음이 급한 만큼 행동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조급함은 오히려 이것저것 기웃거리게만 만들었다. 6개월 넘게 제품도 콘텐츠도 자동화도 들여다봤다. 이쪽이 크겠다 싶어 발을 담갔다가 저쪽이 빠르겠다 싶어 옮겨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멀리 돌고 돌았는데, 결국 남은 건 처음 출발했던 자리였다. 일과 커리어, 내가 가장 오래 관심을 두고 열정을 느낀 분야로 돌아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거기에 지금 가장 빠르게 커지는 도구를 얹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돌아온 자리는 떠날 때와 같아 보여도 같지 않았다.

요즘의 조언은 대개 반대다.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보고 아니면 다른 걸 시도하라는 것. 빠르게 시도하는 것 자체는 옳다. 다만 한 분야에서 결과가 나오게 하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든다. 아무 데나 들어가 시행착오만 반복하다 어느 것도 제대로 못 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시작 전에 한 번은 골라야 한다. 무엇을 빠르게 시도할 것인지를.

잘되는 분야라고 그냥 뛰어들지 않는다. 내가 계속 관심을 유지하는, 나에게 의미가 남는 분야를 고른다. 거기에 커지는 흐름과 새 도구를 얹는다. 관심만 있으면 시장이 외롭고, 기회만 보면 오래 못 버틴다. 둘이 겹치는 좁은 자리가 결국 가장 멀리 가는 자리였다.

이게 정답이라고 단정하진 못한다. 시장이 더 빨리 움직여 내 판단이 틀렸다고 드러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의 나로서는, 무엇을 파볼지 모를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다. 남이 좋다는 곳이 아니라, 끌림과 쌓인 깊이가 함께 있는 곳이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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